오타니의 쓸쓸한 퇴장, 마이애미에서 끝난 일본의 WBC
야구는 가끔 이상할 정도로 냉정하다.
아무리 최고의 선수라도, 단 한 경기에서 모든 것이 뒤집히기도 한다. 이번 WBC에서 그 장면의 중심에 있던 선수는 다름 아닌 Shohei Ohtani였다.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 일본은 베네수엘라와의 8강전에서 5대8로 역전패를 당했다.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실패한 순간이었다.
경기 시작은 오타니다운 장면이었다.
1회 리드오프로 나선 그는 곧바로 홈런을 터뜨렸다. 스타가 무대의 문을 여는 방식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이후 흐름은 일본이 예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불펜이 무너지면서 5-2 리드는 순식간에 5-8 패배로 바뀌었다.
결국 마지막 장면도 오타니였다.
9회말, 일본의 마지막 타석. 그는 높이 뜬 평범한 플라이를 치고 아웃됐다. 고개를 뒤로 젖힌 그 표정은, 3년 전 결승에서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고 포효하던 장면과 묘하게 겹치며 더 큰 대비를 만들었다.
경기 후 분위기는 더욱 묘했다.
새벽 1시가 넘은 론디포파크 복도에는 100명 넘는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회색 수트를 입은 오타니는 목에 헤드폰을 건 채 천천히 등장했다. 베네수엘라 라커룸에서는 승리 파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는 짧게 말했다.
“정말 실망스럽다.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사실 오타니 개인 성적만 놓고 보면 실패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타율 0.462, 3홈런, OPS 1.842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우승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라고 말했다. 슈퍼스타다운 기준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대회에서 그가 투수로는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Los Angeles Dodgers와 보험사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었다. 일본 불펜이 무너진 경기를 지켜보면서도, 감독에게는 오타니를 마운드에 올릴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일까.
오타니의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는 다음 국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기회가 온다면 전력을 다하고 싶다.”
그가 말한 다음 무대는 바로 2028년 LA 올림픽이다.
마이애미에서의 밤은 분명 씁쓸하게 끝났지만, 오타니라는 선수의 이야기는 아직 한 장면도 끝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남는다.
어쩌면 이 패배는, 다음 국제대회를 위한 또 하나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