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은 일부 종이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강력한 유전적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DNA의 특정 구간, 이른바 ‘뒤집힌’ 구간(flipped segments)은 물고기가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심지어 새로운 종으로 분화하는 과정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유전자 구조는 유용한 형질을 보존하면서 진화를 가속화하는 역할을 한다.

동부 아프리카 말라위 호수의 시클리드 물고기는 진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단 하나의 호수에서 800종 이상이 단일 조상으로부터 분화했으며, 이는 인간과 침팬지가 갈라진 시간보다 훨씬 짧다. 일부 시클리드는 포식자로 진화했고, 다른 종은 조류를 먹거나 모래를 체질하거나 플랑크톤을 섭취하는 등 각자의 생태적 역할을 맡았다.
케임브리지와 앤트워프 대학 연구팀은 시클리드 DNA 1,300여 종을 분석하며 이러한 빠른 진화를 설명할 수 있는 유전적 특징을 찾았다. 연구 결과 일부 종의 다섯 개 염색체에서 대규모 DNA 구간이 뒤집힌 ‘염색체 역위(chromosomal inversion)’가 발견됐다. 이 구간에서는 부모 DNA가 혼합되지 않아 유리한 유전자 조합이 세대 간 그대로 전달되며, 진화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유전자 클러스터는 흔히 ‘슈퍼유전자’라고 불리며, 시클리드 종 차이를 유지하고 환경 적응을 돕는 핵심 역할을 한다.

슈퍼유전자 안에는 시력, 청각, 행동 등 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깊은 수심과 얕은 수심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을 유지하도록 돕고, 종 간 교배 시 중요한 형질을 전이시켜 진화 속도를 높인다. 염색체 역위는 성 결정에도 관여해 종 분화와 진화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이러한 발견이 지구상의 생물 다양성과 빠른 종 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